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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

파과 - 구병모

by 별나라어린이 2021. 7. 23.

*이미지 출처 : 교보문고 홈페이지

 

 

 

이것은 개인적인 취향의 문제다.

 

순수문학에 가까운 글에서, 장르문학적인 재미를 원했으니...

어쩌면 모 포털사이트의 책 소개 포스팅에 낚인 것일지도 모르겠다.

뭔가 엄청난 킬러의 에피소드를 기대하게 소개되어 있었거든.

 

그러나,

결국 파과는 늙은 킬러를 배경으로 한 인간적인 이야기이고

좀 더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굳이 킬러가 아니어도 독자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는 소설일 것 같다.

 

 

뭐랄까, 내가 "한국에서 활동하는 늙은 킬러"라는 소재를 통해 느껴보고 싶었던 것은

그의 인간적인 면모라거나... 변화해가는 심리보다는

 

"한국에 킬러가 있어? 내가 실제로 활동하는 이 동네에서? 지하철도 타고, 강남도 가고?"

"나이 든 여성 킬러? 여전히 실력은 있는 것 같은데.. 나이가 들었음을 어떤 식으로 활용할까?"

.... 등과 같은 것들이다.

 

즉 흔치 않은 소재로써 가지는 독창적인 어떤 재미나 매력을 기대했던 것인데

이 소설에서는 킬러라는 소재 자체에 집중하는 편은 아니다.

오히려, 그와 같은 특수한 상황이었을 경우, 이 사람의 인생은 어떠했을 것이며.. 그 과정의 심리 변화는 어떠했을 것이며..

나이가 들고 인간관계가 얽혀감에 따라 변화해가는 모습은 어떨까?와 같은

인물의 내면에 좀 더 집중하는 편이다.

 

물론 킬러이기 때문에 벌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도 있지만

어디까지나 그것은 주인공의 특수한 상황 하의 심리 변화를 위한 수단 이상으로는 느끼지 못하겠다.

 

특히나 드라마 자체가 흘러가면서 어디선가 본 듯한 주인공의 과거.,.. 그리고 이야기의 결말은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하기도 해서... 좀 평이하달까..

 

그냥, 가장 임팩트 있는 부분은 주인공이 누구인지 소개하는 첫 도입부다.

킬러라고는 상상조차 못할만큼 평범하고 무해한 할머니의 모습으로 타겟을 처리하는 모습은 그야말로 극적으로 대비되는 충격을 주기에 충분한 것 같다.

그래... 할머니 킬러라면 이정도는 되어야지..

 

하지만, 책을 넘겨가다 보니,

더 이상 같은 재미를 기대할 수는 없었다.

 

킬러로서의 마지막 싸움 조차도

여느 헐리웃의 영화들에서 자주 보였던, 은퇴를 앞둔 자의 마지막 처절함? 같은, 비교적 예측 가능한 흐름대로 흘러가버리는 것은 조금 많이 아쉬웠다.

 

 

장르문학에서 좀더 킬러라는 소재, 직업 자체의 매력을 살리는 이야기로는

웹소설로 "킬러 방의강" 시리즈가 있는데... 나처럼 한국에서의 킬러라는 독특한 소재적 재미를 찾는다면

차라리 파과 보다는 방의강을 찾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렇다.

어디까지나 이 책이 재미없다는 말보다는

내가 소재만 보고 잘못된 맛집을 찾았다고 보는 것이 맞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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