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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

카피캣 - 알렉스 레이크

by 별나라어린이 2020. 11. 11.

*이미지출처 : 교보문고 홈페이지

 

 

하..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나름 재미가 있긴 한데, 보면서 여러 모로 답답했다.

 

무엇보다도,

온갖 방식으로 주인공을 흉내내어 일을 벌이는 것을

사실상 멀뚱히 놔두기만 하는 주인공과,

자식까지 낳고 함께 한 세월이 몇 년인지, 아내를 믿지 못하고 의심만 하는 남편.

 

그야말로 고구마 같은 상황에 고구마 같은 캐릭터들의 향연이다.

 

고구마의 첫 시작인 페이스북 사칭.

본인 사칭에, 도용된 사진들이 가족들의 사생활까지 넘나드는 판국에

어물어물 가만히 있다가 증거를 다 놓치질 않나..

sns시대가 도래한지 얼마 안되었나 싶을 정도로...

(물론 아직도 이용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근데 문제는 주인공은 엄연히 sns를 활용한다는 것)

 

점점 강도를 더해가는 사칭에 대응하는 사람 치고는

너무 소극적이고 안일하지 않은가 싶다.

본인 스스로가 별 일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모르겠으나..

과거의 지병이 도질 정도로 스트레스에 시달린다면

음 나같으면 열일 제쳐두고 나설 것 같은데...

 

해봐도 방법이 없는게 아니라

애초에 별다른 방법을 시도하지 않는다는게 주인공의 가장 큰 문제다.

 

 

남편 또한 만만치 않다.

 

이성적인 직업을 가지고 있고 작중에서도 감정적인 주인공과 일견 대비되는 모습을 보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는 행동은 생각보다 비이성적이다.

 

 

 

 

 

*** 여기부터 아래 쪽 "스포 끝" 까지 사이에 몇 몇 스포일러들 있음. 왜 고구마인지 토로하려면 스포일 해야 함 ***

 

 

 

 

 

 

애초에 주인공의 질병은 조현병적인 증상이 아니라 불안증 같은 것이어서

망상을 한다거나.. 기억을 잃는다거나.. 한 것도 아닌데

남편이라는 자는

그저 주인공이 불안증이 심해져서 본인이 자각을 못하는 사이에 스스로 벌이는 일이라고 의심한다.

 

아내의 필체조차도 확신을 가질 정도로 오랫동안 신뢰와 사랑을 쌓아온 관계인데

나같으면 오히려 스토킹과 같은 범죄를 의심했을 것이다.

 

필체, 가장 답답했던 순간이다.

아내의 필체를 확신한다고?

내가 이상한건가... 

물론 서로간의 글을 자주 보아오면 익숙해질 수 있다.

나도 와이프 필체를 어느정도 인지하니까.

 

그러나, 얼마나 둘이 밀접하게 "필체"에 대한 신뢰를 쌓았는지 모르지만

다른 누군가의 것이라는 의심조차 안하고 부인의 것이 맞다고 확신할 수 있을까?

 

시기상, 와이프의 불륜이 밝혀진 이후라서 와이프에 대한 믿음이 내려갔다 치자.

그러나 그러면 그건 의도적인 거짓말에 대한 의심을 했으면 했지

본인이 의도적으로 숨겼다는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나 아니야"라고 하는 것을 의심한다고?

이성적이라던 남편.... 무려 "직업이 변호사"인 남편의 판단을 도저히 공감하기 어렵다.

 

주인공으로 돌아와서 조금 더 까자면,

절정 부분에서.... 범인이 밝혀지는 바로 그 순간...

그 때의 도대체 그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은... 하아

일단 더 이상 의심할 여지 없이 의심스러운 모습을 실시간으로, 눈으로 목격을 하고 있다면

적어도 자기 보호 차원에서라도 계속 자는 척을 하건, 도망을 치건, 경계를 해야 하는게 아닌가???

 

과거의 불안증이 재발할 정도로 그토록 심하게 시달려 왔으면서

멀쩡히 너무도 이상스런 상황을 목도하는 와중에 아무 생각이 없다는 건...

모르겠다. 내가 그 상황이 아니라.. 백번 양보해서 장담은 못하겠지만,

적어도 지금 생각했을 때는 납득하기 어렵다.

 

 

 

 

****  스포 끝 ****

 

 

 

 

캐릭터에 대한 불만 말고도

진행과 관련된 불만도 좀 있다.

 

이 책은 미스터리물이다. (아닌가???)

주인공을 괴롭히는 카피캣은 과연 누구인가?를 독자는 열심히 추리하면서 

결말에서 사건의 해소나 문제의 해결을 함께 하는 재미를 기대할 것이다.

 

그런데 막상 다 읽고 보니 굳이 범인을 추리할 필요가 없었다.

단서다운 단서는 오직 혼란을 가중시키기 위한 장치 정도이고

결국에 밝혀지는 진실은 애초부터 단서와 무관한 내용이었다.

 

최소한 무언가, 읽는 내내 "카피캣은 누구인가?"를 고민하게 만든 장치들 중에

결말부를 납득시킬 수 있는 것이 조금이라도 포함되어 있었다면 좋았을텐데

적어도 내가 읽었을 때는 그런게 보이지 않는다.

 

한 가지 떡밥 던지는 게 있긴 한데,

각 장 도입부에 10년전 사건을 조금씩 언급하는 부분이다.

근데 그 부분도 그야말로 각 장 도입부 1~2페이지 정도뿐이다.

이 책에서 장이 모두 몇 개냐고? 3개다. 1부 2부 3부

 

애초부터 떡밥이라기보다는

그냥 소설의 흐름상 한 장에 하나씩만 과거를 밝혀주고

결말에서 걍 나머지를 설명해주는 것이 목적이었던 듯

이 책을 읽는 동안 독자의 추리는 별로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을 듯하다.

 

 

 

절정에서 결말로 진행되는 부분은 좀 쫄깃했다.

다만, 상황 자체가... 뭐랄까 좀 가학적이라서

다음 내용과, 나아가 결말이 엄청 궁금하긴 했으나, 읽는 것이

기분 좋지만은 않았다. 그저 빨리 해결되었으면... 하는 생각이었다.

 

신나지는 않았지만 괴로울 정도로 나름 몰입했으니 이 부분은 좋은 건가?

근데 왜 기분이 찜찜할까...

 

 

 

 

 

여러 가지로 아쉬운 책이다.

 

아마존에서 베스트 10 안에 든 작가의 3번째 소설이고

인터넷 포스트에 워낙 재미있게 소개되어 있어서 읽었는데

분명 열심히 끝까지 읽었고, 읽는 내내 결말이 궁금하긴 했으나

즐거운 독서경험이라기 보다는 

고구마 백만개 먹은 만큼 답답하고 불편한 독서였던 것 같다..

 

 

차라리 글솜씨라도 엉성하면

이 작가 아예 기본이 안되었구만! 이라고 접었을텐데

또 나름 문장은 술술 거부감없이 넘어가는건 또 뭘까...;;

 

 

걍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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