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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

검은 미래의 달까지 얼마나 걸릴까? - N.K.제미신

by 별나라어린이 2020. 8. 21.

 

* 이미지 출처 : 교보문고 홈페이지

 

 

 

제미신은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된 작가이다.

이미 3년 연속 휴고상 수상이라는 기록과 함께, 베스트셀러 3부작을 써낸 SF작가로써

세상에는 유명한 사람이었다.

 

무기력하게 몇 년을 살다보니 이런 사람이 있는줄도 몰랐다..ㅠ.ㅠ

 

 

이 작가는 여성이며 동시에 흑인이다.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SF 문화에 속한 것을 넘어서 장르를 이끌어가는 위치에 이른,

그야말로 흔치 않은 케이스라는 점이 특징이다.

 

특징이다, 특이하다.. 라는 말로 설명하는 것 자체가 차별적이려나..

어쨌든 생소한 케이스임에는 틀림이 없다.

적어도 내가 알고 좋아하는 많은 SF작가들은

80% 이상이 남자이고, 또 백인이다.

 

특별히 그런 작가의 글만 골라서 읽은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자연스럽게 접했고, 재미있게 즐겼고, 그러고 나서 돌이켜 생각해보니

그러한 작가들인 것이다.

 

이 책의 소개글을 보면서, 그러한 차이점에 대해 인식하면서

오히려 이 책에 대한 어떤 편견 같은 것이 생기려고 했었다.

 

적어도 사람들은 본인이 소수이고, 인정받기 어렵고, 또 차별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을 쳐왔다면

그것이 다소 강하게 드러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작가의 글에서 그런 경향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지곤 한다.

 

뭐 딱히 틀린 생각은 아니었던게,

실제로 읽어보니 단편들 전반에 걸쳐 깔려있는 기조는

분명 기존의 SF들과는 좀 달랐다.

 

다만, 내가 잘못 생각했던 것은

그런 경향들의 표현이 약간 뭐랄까.. 받아들이기 불편한 형태가 아닐까 하는

어떤 의미로는 깨어있는 지식인의 시혜의식 같은 것이 느껴지지 않을까 했던

생각이었다.

 

 

말 그대로, 실제 읽어보니 그렇지 않았다.

대부분의 글에서 작가는 철저히 작가로써 표현하고자 하는 주제의식을

SF스러운 글쓰기와 소재, 전개로 매끄럽게 결합시켰으며,

그런 주제를 떠나서 단편 단편들이 깜짝깜짝 놀랄 정도로 신선하고 재밌다.

 

 

오히려 조금 적응하기 어려웠던 점이 있는데,

글에서 다양하게 사용되는 비유와 상징들,

그리고 생략과 건너뛰는 전개는,

인싸가 아닌 내 입장에서 불특정 다수의 사람과 매끄럽게 대화를 이끌어가는 것만큼이나

생소하고 힘겹다고 해야할까..

 

척 하면 척 알아듣는 그런 타입이 아닌 나로써는

돌려서 말하거나, 비유해서 말하는 것을 보고... 아 이런 얘기구나. 하고 금방

캐치하기 어려웠다는 말이다.

 

(그래서 사실 어슐러 르귄의 글들도 좀 어렵고.. 지루한 면이 없지 않았다.)

 

또한,

어떤 것들은 보다 직접적이고 적나라한 방식으로 주제를 표현한다.

 

아주 매끄럽게 느껴지는 단편들도 있는 반면에, 요렇게 좀 껄끄러운 이야기들을 보자면

작가의 글솜씨 때문이 아니라 그야말로 표현 방식의 차이가 아닐까 싶은데..

(초창기 글이라서 그런가? 하고 보니 딱히 초창기라 그런 것도 아닌 듯)

앞서 말한 것처럼, 걍 이것도 글에 대한 개인적인 취향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

 

 

당연히,

개인적인 취향이기 때문에 이런 특징 자체가 단점이 될 순 없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쫌 그랬던 느낌부터 적긴 했으나,

책에 담긴 20편이 넘는 단편들 중 대부분은

개인적인 취향이고 자시고를 떠나서 그야말로 번뜩이는 상상력이 돋보였다.

단순히 신기한 소재, 신기한 배경만이 아닌,

그러한 상황에서 벌어지는 사건이... 절묘하게 현실에서 우리가 느낄 수 있는 그런 것들과

겹쳐서 보이게 된다.

 

뭐랄까, 작가가 마음이 앞서는 경우

이야기를 통해 독자에게 와닿게 하는게 아닌

막 설명하고, 가르치려 드는 경우가 있는데

 

그러한 선을 넘지 않고 그야말로 이야기에 빠져들게 만든 후에

곰곰히 생각을 하게 만든다.

 

설정 또한 특정 범주에 묶이지 않고 정말 자유롭다.

미래의 지구, 외계 등은 물론이거니와 네트워크 세상 속과 같은 특이한 설정,

현실 같은데 상상이 뒤섞인 설정 등

표현을 위한 배경과 소재에 제약이 없이 넘나들어서,

단편마다 이러한 상상을 즐기는 재미도 쏠쏠하다.

 

 

 

결론적으로

다소 힘들기도 했지만 재미있었고, 읽은 시간이 아깝지 않은 책이다.

번뜩이는 상상력은 보면서 오오... 하고 감탄을 자아내게 했으며

다 읽고 나서도 되새기게 만드는 매력적인 단편들이 넘친다.

 

 

혹시라도 나처럼

약간의 편협한 독서 취향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참을 성을 가지고 초반의 몇 편을 넘겨봤으면 한다.

아니면 제목을 보고 적당히 맘에 드는 단편을 골라서 먼저 읽어도 상관 없다.

 

첫 두 편을 읽으면서 그냥 덮을까... 했던 것을 생각하면

정말로 나중에 아쉬울 뻔 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재미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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