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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

종이 동물원 - 켄 리우

by 별나라어린이 2018. 12. 14.

                                                                                          *표지사진 출처 : 교보문고



황금가지에서 서평이벤트에 당첨되어 간만에 리뷰를 써본다.



늘 그렇듯,

출판사의 지원을 받아 굽신굽신 너무 감사한 일이지만

그렇다고 거짓말을 쓸 수는 없지 않은가.


그냥 솔직하게 책을 읽으며 느낀점, 읽고 나서 느낀 점을 위주로 남겨본다.






사실 이 책은 깎아내릴 것이 없다.


난 그냥 이 책을 읽고 작가의 팬이 되었으며,

앞으로 나오는 그의 책은 전부 다 읽고 싶어졌다.



장르 문학에서도 글을 잘 쓰는 사람들이야 많지만

보통은, 장르적 특성에서 오는 소재의 "개성"에 집중하기 때문에

독자들은 어찌보면, 힘든 현실을 잊고 딴세상을 체험하면서, 그 "개성"을 중심으로 즐기게 된다.

(그래서 장르문학을 더 좋아하긴 하지만...)




그런데, 켄 리우의 이야기는 조금 다르다.



머리글에서 작가는 SF와 판타지를 구분하는 데 관심이 없다고 하였는데,

그의 단편들은 정말로 어떤 틀에 구속되지 않는다.


SF이기 때문에 과학적 지식과 법칙이 바탕이 되어야 하고, 

또 판타지이기 때문에 어떤 저멀리 환상의 세상을 배경으로 하는, 그런 것에 전혀 얽매이지 않는다는 말이다.



오로지, 

이야기를 전개하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이용할 뿐이다.



저 멀리 외계인이 등장하기 때문에 우리와 상관없는 별세계의 이야기다..라거나

요괴가 튀어나온다고 해서 아 환상소설이구나... 라는게 아니라


작가의 체험과 생각을 표현하는데

단지 초현실적인 소재들을 이용한달까..




하지만, 그게 또 결코 어색하지 않고

꼭 필요해서 썼다는 느낌이 들 뿐만 아니라

아, 어떻게 이런 글감으로 이런 주제를 풀어낼까... 하고 감탄사가 절로 나올 정도다.




그냥,

모든게 자연스럽다.



비현실적인 소재나 상황을 억지로 독자에게 납득시키려 하지 않는다.

장황한 설명이나 묘사 없이,

애초부터 그것이 당연한 것처럼,


환상을 현실처럼 묘사한다.




비슷한 방식의 사변소설류를 전에도 접해본 적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생각보다 억지스러운 점이 보이기도 하고,

또 너무 눈에 띄는 은유 아닌 은유로 미리부터 김이 새버리기도 하는데,


켄 리우의 단편들은,


뭔가 알 수 없이 특이한 소재들로부터 독자의 흥미를 끌어들이고

그 이야기에 푹 빠져들어 열심히 따라가다보면, 어느샌가 무릎을 탁 치며

"아, 이 얘기였구나, 이 말을 우리와 나누고 싶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끔 한다.




때문에, 그의 단편들은 어떻게 보면 은유적이고 상징적인 주제들이 돋보이고

그래서 더욱 우리 현실을 

직접적으로 들여다보는 것 같은 느낌조차 든다.


다른 많은 장르소설들과의 차이점이 여기서도 나타나는데,


어떤 사건의 서술에 치중한다기 보다는 

그 사건 뒤에 있는 

배경, 원인, 그리고 인물과(작가의) 사유를 깊이있게 묘사하면서


현실에 있는 독자의 사유까지도 자연스럽게 끌어낸다는 점이다.


내가 처한 현실, 우리 사회, 역사 등등




결코 억지로 생각을 끌어내지 않는다.

눈으로 이야기를 쫓아가면서 자연스럽게 머리가 기름칠한 듯 계속 돌 수밖에 없게 만든다.






그렇다고 그가 선택하는 소재들이 과연 SF로써 약한가,

주제를 위한 작은 글감 정도의 역할 뿐인가 라고 하면


그것도 아니다.



켄 리우가 선택하는 소재와 아이디어들은 매우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측면이 있고

(그의 학문적 배경을 십분 활용한다. 최신 기술이나 트렌드를 기반으로 상상력을 맘껏 뿜어낸다)


또 한편으로는 자신의 문화적 배경을 기반으로 하여

기존 SF나 장르문학에서(특히 서양 쪽) 보기 힘든 독창적인 것들이 등장한다.


그리고 그런 것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인 전개를 이끌어낸다.







책 얘기보다

책을 통해 느끼게 된 작가에 대한 감탄만 주구장창 얘기한 것 같다.



사실 다른 말이 더 필요할까.

그냥 믿고 보면 된다! 후회하지 않는다!




SF라는 장르적 재미를 철저히 이용하면서 맛깔나고 재미있는 글을 쓰는 존 스칼지 같은 작가도 있고

왠지 근미래에 우리 주변에서 일어날 것 같은 일들을 정말 가깝게 쓰는 테드 창 같은 작가도 있고

과학기술과 끝없는 상상력 만으로 독자를 압도하는 아서 클라크 같은 작가도 있다.



켄 리우는 중국인으로써 가질 수 있는 문화적 배경을 기반으로 

"장르적 특성을 적극 끼얹으면서도, 장르에 구애받지 않는"

그런 재미를 주는 작가라고 생각한다.




..이런 작가가 어떻게 이렇게 오랫동안 무명생활을 했는지 의아할 따름이다.

(작가 이력을 찾아보니 엘리트 교육은 받았으나, 일찍 등단을 시도한 것에 비해 너무 늦게 빛을 봄 ㅠ.ㅠ)







꽤 많은 단편들이 포함되어 있는데,

사전정보를 모르고 볼수록 좋다.


개인적으로 가장 재미있었고, 상상력과 결말에 감탄을 마지않은 이야기를 골라본다면,

"즐거운 사냥을 하길" 을 꼽아보고 싶다.



당연히 개인적인 취향이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소재와 주제 모두가 그의 현란한 글솜씨로 버무려져

마지막 결말에서 보여주는 상상력은 정말 

끝내준다. 




그리고 책의 다른 단편들도 마찬가지다.


전부 다 끝내준다.





장르소설을 좋아하든 좋아하지 않든,

누구든지 빠져들어 읽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 그런 책이다.







.. 그래도 소중한 지원 받았으니 교보문고 좌표 찍어드림.

http://www.kyobobook.co.kr/product/detailViewKor.laf?ejkGb=KOR&mallGb=KOR&barcode=9791158884680&orderClick=LEA&Kc=


네이* 포스트를 통해 리뷰를 신청했으니 네이* 북 좌표도 찍어드림.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430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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