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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

몬스트러몰로지스트.1: 괴물학자와 제자 - 릭 얀시

by 별나라어린이 2017. 6. 10.



황금가지에서 새로 나온 씨리즈인 몬스트러몰로지스트 이야기 1편.

서평단에 당첨되어 책을 읽고, 감상문을 쓰게 되었다.


서평을 조건으로 책을 받았기에, 감사히 잘 읽겠습니다 하는 마음이야 당연히지만, 

역시 이번에도, 


재미 없으면 얄짤없이 까보겠다는 마음으로 읽었다.





'안트로포파기'.



들어본 사람이 있을까?



머리가 없는 대신, 몸통에 눈코입이 달려있고,

사람을 잡아먹는 식인 종족.

(그냥 괴물이다.)



실제 옛날 문서에 등장하는 존재에 대한 언급을 바탕으로,

작가는 실존했던 괴물인 것처럼 이를 글 속에서 녹여낸다.





가볍게 책 내용을 소개하자면,

우선 먼저 현대의 작가 본인이 등장한다.

이러저러한 명목으로 알고 지내는 의사가, 연고 없이 사망한 노인의 수기를 한번 읽어보라고 주는데,

그 내용이, 일기라고 보기에는 지나치게 말도 안되는 내용이다.


19세기에 '괴물학자'의 조수로 일하며 겪어본 다양한 괴물들의 이야기.

심지어 노인 자신은 130살이 넘었다고 주장하니, 그저 꾸며낸 이야기라는 것이 논리적일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지나치게 사실적이고 아귀가 맞는 내용때문에

작가는 자기도 모르게 사실이 아닐까... 믿게 되는데.




어쨌든, 진짜 이야기는, 그 수기의 내용을 소개하는 형식이다.



한 권당 1개의 에피소드.(아마도)



그리고 1권에서는,

수기를 쓴 노인 - 사실상 주인공인 '윌 헨리'가 12살에 겪었던 이야기이며,

또 한명의 주인공인 괴물학자 '펠리노어 워스롭'의 인간됨됨이와 활약상을 소개하는

그런 내용이다.


물론, 단순히 소개하는 정도가 아니라, 머리와 심장을 쉴새없이 두들겨대는 

박력 넘치는 에피소드 - 위에 언급한 바로 그 '안트로포파기'라는 괴물과 함께하는 에피소드를 통해서이다.






책에 있는 소개글에는,

"러브크래프트와 스티븐킹의 절묘한 조합"

"러브크래프트를 연상케 하는 고딕 호러 장르를 배경으로 개성 넘치는 캐릭터와 놀라운 상상력, 그리고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흡인력으로 전 세계적인 인기를 얻은 베스트셀러."


등과 같은 말이 있다.



일견 러브크래프트와 같은, 알 수 없는 미지의 괴물/생물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는 것은 

공통점이랄 수 있겠으나,


사실 분위기도 전개도 좀 다르다.



러브크래프트는 보통 사건을 겪고 나서 충격을 받고 정신적으로 혼란스러운 화자가 

사건을 돌이켜 고백하듯 풀어내는 암시적이고 모호한 묘사와 기록이라면,


몬스트러몰로지스트는, 훨씬 더 구체적이고 뚜렷하다.


화자는 어려서부터 고생을 해서 그런지 왠만한 어른보다 빠릿빠릿하고 영특하며,

그가 겪는 모험들은 좀 더 박진감 있고 이미지적(?)이다.



러브크래프트는 그 특유의 서술을 따라가면 자기도 모르게 그 분위기에 눌리고 마는데

이 이야기는 그보다는 더 생방송같이 명확하고 경쾌하게 진행된다.


결말 또한 하나의 모험을 완료했다, 끝마쳤다 싶은 마음이 들게끔 개운한 맛이 든다.

러브크래프트의 다 읽고 나서도 찜찜한 느낌과는 확실히 다르다.


뭐랄까, 차라리 비교를 한다면 좀 더 나이든 층을 위한 "대런 섄" 시리즈 같다고나 할까.



괴물의 묘사만 해도, 

러브크래프트에서의 서술자는 이야기의 끝까지 괴물의 뚜렷한 정체를 알지 못한다.

그저 단편적인 사건만을 겪고, 또 이전에 들었던 미신, 신화 속 애매한 이야기들로 추정함으로써

그 끝간데 없는 미지의 공포를 극대화시킨다.


반면 몬스트러몰로지스트에서는 애초에 주인공들이 과학적 사고로 무장한 학자다.

괴물이라 불리는 존재는 지구상의 다른 동식물과 다를바 없는 자연의 존재일 뿐이며,

다만 그 존재가 일반적이지 않고 이질적이기에, 비밀리에 이를 연구하고 퇴치(?)하는 것일 뿐

이야기가 전하는 공포는 '존재에 대한 무지로부터 오는 공포'가 아니라

존재 그 자체가 보여주는 '매우 현실적인 이질적 존재감'이다.


..쓰면 쓸수록 말이 이상해지는데;;


1권의 메인 괴물인 '안트로포파기'만 해도,

구체적인 서식지와 생태습성이 어느 정도 뚜렷하게 밝혀져 있으며,

다만 이것이 실제 인간의 사회와 부딪히며 보다 더 현실감있게 공포로 와닿게 되는 것이다.


'뉴스에서 보는 흉흉한 사건' 보다는 '좀전에 우리 집앞에서 마주친 강도' 같은 느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러브크래프트와 비교해서 재미없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애초에 러브크래프트와의 접점이라면, 현실에서 겪을 수 없는 미지의 존재에 대한 공포와 마주한다... 정도?

그 뿐,

아예 둘이 추구하는 공포의 방향이 다르다는 뜻이다.





이 책의 배경은 19세기를 배경으로 하지만,

그것은 등장인물들의 배경과, 괴물사건이 벌어져도 이상하지 않을 것같은 시대라서... 선택되었을 뿐

이야기 자체는 결코 고딕적이지 않고, 매우 현대적이다.


주인공이 조수로써 시중을 드는, 광기넘치는 펠리노어 워스롭이라는 괴물학자는

얼핏 첫인상은 홀로 사회성을 버린 광기넘치는 지킬박사 같은, 19세기 매드사이언티스트 느낌도 들지만

보다 논리적이고, 인간미도 엿보이는 인물이다.


주인공 또한,

조울증 걸린 미친과학자 밑에서 고생하는 3인칭 화자 정도라고 생각했으나,

부모를 잃은 사건과, 과학자와의 관계, 사건을 겪으며 고민하고 조금씩 성장하는 모습이 

생각보다 매우 밀도 높게 서술된다.


애초에, 그가 나이들어 기록한 수기/일기 형식을 빌렸기에

화자의 생각이 많이 들어갈 수밖에 없지 않나... 싶기도 하지만,


아니,

수기 정도가 아니라, 마치 작가가 쓰다보니 수기란 사실을 잊었나..싶을 정도로

혹은 수기를 이렇게 생생하게 묘사하나? 싶을 정도로

인물 간에 나눴던 대사나 상황을 마치 지금 일어나는 이벤트를 묘사하듯 구체적으로 묘사하기에,


인물들의 감정적인 부분은 그만큼 더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만큼 입체적이다.





재미있다.


확실히, 책을 읽으면서 지루하다 생각한 구간은 없었으며,

역시나 '앞부분만 읽다 자야지' 하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새벽까지 단숨에 읽어버릴 정도로

흡입력이 좋다.



1권이야 서평단 당첨으로 운좋게 얻었는데.

4권까지 나왔으니;; 걍 전부 다 사서 읽어야지 싶다.



러브크래프트와 비슷한 분위기를 기대한다면, 조금 어라? 싶을 수도 있으나,

순수하게 호러물, 환상문학, 스릴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후회없는 시간을 만들어줄 수 있다고 본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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