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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

기억술사 - 오리가미 교야

by 별나라어린이 2017. 5. 24.





기억력이 나빠서 일상생활에 불편함이 있을 정도라서,

난 이 책 제목부터 끌렸다.



그렇다.

이 책을 보게 된 것은 운명이랄까.






......라는 식으로 뭔가 기대를 위한 기대를 안고 책을 읽었다.






책의 느낌은, 심각하지도 필사적이지도 않았다.

바로 전까지 조금 과하게 분위기 잡는 책을 읽었던 탓일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억지로 긴장감을 주려하지 않고 편하게 술술 읽히는 느낌이다.

그냥 여자들끼리 모여 앉아 이런저런 가십거리에 대해 분위기 타면서 말하는 것을 듣는 느낌이 이럴까 싶다.




작가의 글솜씨가 좋은건지, 술술 읽힌다.

벌어지는 사건들도 부담스럽지 않으면서도 쉽게 몰입할 수 있다.


애초에, "기억술사"라는 소재로 무겁고 심각한 스릴러/호러물..을 쓸 생각이 없었을 듯

작가는 그저 주변에서 흔히 있을 법한 일인 양 이야기한다.





기억술사가 무엇인지 소개를 하자면,


누군가 잊고 싶은 기억이 있을 때,

그것을 먹어치우고 영원히 잊게 만드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다.

다만,

자신의 존재를 보호하기 위해 기억술사를 만난 사람은 기억술사의 생김새, 만난 목적, 아예 만났다는 것까지도

한세트로 잊어버리게 된다는 것이다.



딱히 등장인물을 위기로 몰아넣거나, 인물들의 무언가를 빼앗거나..

암튼 그런 느낌 보다는, 순전히 어떤 악의적인 목적성 없이 간절히 원하는 사람에게 나타나

지우고 싶은 기억만을 싹 지우고 사라져버리는

그런 동화같은 설정이라서




애초에 공포물과는 거리가 멀다고나 할까..





이야기는

잊고 싶어하는 사람과, 잊혀지는 것이 두려운 사람들이 얽혀서

기억술사를 찾고, 기억을 잃고, 또 왜 잊었는지 궁금해서 다시 찾고.... 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사람이 살면서 잊고 싶은 기억이 없겠냐만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잊어서는 안된다는 이유를 찾아내고,

또 그 이유를 알면서도 괴로움에 어쩔 수 없이 잊어버리는 것을 택하는 사람들도 있다.



단순히 도덕이니 원칙이니 이런 것들로 사람들 개개인의 사정과 아픔을 다 재단할 수 있을까.

작가는 아마도 그런 얘기를 하고 싶은 것 같다.


잊어버리고 싶은 기억을 누군가 잊게 해준다면

그것으로 해결될까.

그것이 옳은 일일까.

잊어도 어차피 다시 반복된다면, 잊는 것이 의미가 있을까.



문득, 영화가 생각났다.

우리 나라 사람들이 사랑해 마지 않는, "이터널 선샤인"이라는 영화다.


거기서도, 사랑의 아픔을 잊기 위해 기억을 지워버리는 사람들이 나온다.

그만큼 아파서 지웠지만,

결국 다시 또 반복하게 되는 감정이란.ㅎ


개인적으로는 영화의 등장인물들이 별로 공감이 가지 않아서

재미있지는 않았다.

오히려, 기억을 지워버린다는 것에서 느껴지는 무의식적인 거부감? 같은게 영화를 보면서 들었기 때문에

더욱 몰입이 어려웠던 것 같기도 하고...







조금 아쉬운 것은,

어쨌든 일본에서 호러소설 분야 독자상 수상작이라는 말을 듣고 혹했기 때문에

무언가 공포스러운 기대감을 가질 수밖에 없었고, 

그것이 책 읽는 동안 어느 정도 깨졌다는 점이다.



앞서 말했듯이, 소재도 이야기 전개도, 작가가 애초에 그쪽으로 맘먹은것이 아닌 것처럼

무언거 공포를 느낄만한 건덕지는 거의 없다.



다만, 앞서 영화 "이터널 선샤인"을 보면서 느꼈던,

내가 한 행동, 내 지나간 경험이 어느 날 전혀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완전히 잊어버린다면.. 하는 본능적인 거부감?

그런 불쾌감이라면 공감이 갈지도.


기억상실증에 걸린 사람이 이런 느낌일까.

치매에 걸려 별별 짓을 다 하고 어는 날 문득 제정신으로 돌아온 노인의 느낌일까.



그러나 작가는 굳이 그런 공포를 억지로 조장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저 시종일관, 어떤 사건을 중심으로 담담히 기억술사와 얽히며 전개되는 이야기를 풀어놓기만 한다.







아주 몰입감이 뛰어나지는 않지만,

환상소설로써 재미는 꽤 있다.

작가의 문체나 이야기 전개에 있어서도 특별히 거부감이 드는 부분도 없고..


현재 전 3권인데, 씨리즈 물로 계속 나올지 어떨 지는 모르겠다.

1권의 주요 화자와, 2-3권의 화자가 다른 사람이고, 다루는 중심 사건도 에피소드 형식으로 나뉘어 있다.

등장인물이 연결되는 부분도 있긴 하지만,


음 에피소드별로 진행되는 드라마로 만들면 좋겠다는 느낌?



작가가 변호사라고 하던데..

늘 상 골치아픈 사건 속에 파묻혀서도

이런 흥미로운 이야기를 상상해 내는구나...싶다.



그냥 그렇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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