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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

작은 친구들의 행성 - 존 스칼지

by 별나라어린이 2017. 2. 8.





하악... 재미있다.


존 스칼지 스러운 이야기이지만

결코 진부하거나 뻔하지 않다.



스칼지 소설의 공통점이 여기서도 보인다.

뛰어난 주인공은 많은 소설에서 볼 수 있지만,

그 중에서도 유머와 재치가 넘치는 주인공,

똑똑한 머리로 사건을 남보다 한 발 앞서 파악할 수 있는 능력.


스칼지의 소설은 결코 가볍지 않은 사건임에도 이를 시종일관 가벼운 느낌으로 해결하고 묘사하다보니

그만큼 더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것 같다.



이번 소설은 책 서문에서부터

과거 소설을 다시 썼다고 밝히고 시작하였기 때문에

나도 모르게 어느 정도는 편견을 가지고 읽기 시작했었다.


어딘가 설정에서 옛날 냄새가 나지는 않을까.

지극히 옛날 미국스러운 유행과 소재가 드러나는 것은 아닐까 등등



그러나, 원작이 훌륭한지 스칼지가 훌륭한지 몰라도 

초반의 걱정은 기우였으며, 옛날 느낌 없이 깔끔하고 재미있었다.



지극히 속물인 듯 아닌듯

그의 과거를 돌이켜 봐도 현재의 행동을 봐도 종잡을 수 없는 주인공과,

우리나라 같으면 결코 친해질 수 없을 것 같은 주변인물들의 쿨내나는 행동들,

그리고 약간은 전형적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력넘치는 작은 '보송이'들의

얽히고 설키는 관계 속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의 진행은 물론이거니와,



특히 모든 사건이 오로지 마지막 클라이맥스를 위해서 존재하는 것처럼

막판에 몰아치는 절정부가 짜릿하고 통쾌하다.



결코,

읽는 시간이 아깝지 않고,

또 이야기가 끝나지 않고 계속 이어졌으면 하고 바랄만큼

재미있는 이야기이다.






이 소설이 그 자체로 의미를 가지는 특징이 또 있다.


고전(?) SF소설을 리부트 해본다는 참신한 발상


소설에서는 결코 흔하지 않은

이런 발상을 스칼지는 과감히 시도했고, 적어도 내가 느끼기에 성공적이었다.



문득,

영화와 게임 등은 끊임없이 리메이크/리부트 되고 있음에도

소설은 왜 그렇지 않을까? 고민해본다.



영화와 게임은 스토리 이외에도 시각적인 효과를 발전된 기술을 통해 보여줄 수 있지만

소설은 오로지 글을 통해 독자의 머릿속에서 각자의 상상력으로 재생되는데

여기서 일단 걸리는 게 아닐까.


리메이크/리부트를 통해 줄 수 있는 중요한 장점인 시각적인 리뉴얼(?)이 글에서는 무의미하다는 점

오로지 독자의 머릿속을 자극하는 것만이 거의 유일한 무기인 책으로서는 

그야말로 내용과 문체만으로 승부해야 하는 것이다.


결국, 동일한 소재로 고전 명작을 뛰어넘는 글솜씨를 보여주는 것이

소설의 리메이크/리부트로써 주요 목표가 될텐데

독자가 느낄 정도로 자신만의 뚜렷한 글짓기 스타일을 가진 사람만이

과감히 도전해볼 수 있는게 아닐까 싶다.


예를 들면, 정비석의 삼국지와 이문열의 삼국지가 같은 소재와 줄거리를 가지고서

그토록 다르게 느껴지는 것처럼 말이다.




사실, 생각해보면.....

글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신만의 오리지날로 독자에게 감동을 주고 인정을 받는 것을 꿈꾸기 때문에,

굳이 리메이크/리부트에 관심을 안두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존 스칼지가 과거의 소설을 리부트 했다는 것은

고등학교 시절, 프랑켄슈타인을 읽고 내 나름대로 받은 감동의 여운을 느끼고 싶어서,

내 나름대로 다시 써본답시고 끄적거리던


그런 순수한 팬심어린 마음에서 시도한 것이 아니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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