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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

독서한담 - 강명관

by 별나라어린이 2017. 1. 26.



누군가 취미가 뭐냐고 물어보면

빈말이 아니라 '독서'(라고는 해도 대부분 소설에 국한되지만)라고 나름 떳떳하게 밝히는 사람으로서,

이 책 "독서한담"은 제목만 보고도

아 읽어봐야겠다

싶은 마음이 들었다.

(다분히 나도 책깨나 읽는다~는 자부심과 허세가 커서도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말 그대로 작가가 독서에 대하여 이런 저런 잡담(?)을 늘어놓는 수필같은 책이다.

그냥 편하게 보고 싶어서 회사 도서관에서 빌려서 보기 시작했는데,

왠걸, 생각보다 재미있다.


작가의 단순한 책에 대한 관심 정도가 아니라

책과 책을 사랑했던 문인과 학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두루 아우르며

진정한 책 사랑꾼의 면모를 느낄 수 있다.



작가 본인의 공부하면서 겪었던 책에 관한 경험담부터,

우리나라 역사 속에 나오는 독서광들에 대한 에피소드,

전쟁과 욕심으로 허무하게 사라진 귀중한 책들과

이를 지키려고 애썼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등


책과 관련해서, 우리나라에서 이토록 많은 이야기들이 존재한다는 것에 반갑기도 하고

또한 감탄스러웠다.



더 재미있는 것은,

단편단편 에세이가 이어지다가 뒤로 가다보면

학위논문 쓰고 연구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여려 고문서들을 찾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왠만한 스릴러 느낌이 날 정도로 흥미진진하다는 점이다.


우연히 교보문고에서 눈에 띄는 고서 영인본을 발견했는데, 그 안에 

자신이 연구에 사용하려고 찾던 책의 일부가 있었고

출판사도 작가도 모르고 책에 있던 연락처만 보고 연락해서 편집자(?)를 만나고,

곧이어 밝혀지는 사연과, 연이어 펼쳐지는 우연한 만남과 발견의 연속은

마치 소설처럼 드라마틱하게 진행된다.


이정도면 

책 표지의 소개글인 '심심하고 소소한 책 이야기' 는 어울리지 않는다.

과거 유명한 애서가들 못지 않게 작가의 책을 향한 열정과 내공에

가슴이 두근거릴 지경이다.




읽다 보니 문득

예전에 일본에서 유명한 지식인이자 저술가이자 독서가인 "다치바나 다카시"가 쓴 책 

"나는 이런 책을 읽어 왔다"도 자연스럽게 연상되었다.


다치바나 다카시의 경우라면 글 한 편을 쓰고 받은 돈보다 

그 글 쓰는데 참고하려고 사들인 책값이 더 들 정도로 엄청나게 책과 글을 읽는다 하는데, 

이것이 책이라는 사물 자체에 대한 애정이라기 보다는

'지식이 담겨 있는, 지식을 독자에게 전달하는 역할' 그 자체에 충실하는 방식으로 

책을 사랑하는 사람이란 느낌을 받았었다.


이것이 나쁘다는게 아니라, 책을 읽고 대하는 방식이 다르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책이 구겨지거나 상할까 조심하느라 애쓰지 말고 책이 낡아 떨어질 때까지 보는 것을 주저하지 말라거나,

반드시 모든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을 필요 없이 원하는 부분만 읽고 던지는 것에도 부담갖지 말라는 등

전반적으로 '지식의 탐구를 위한 수단'으로써의 책의 역할을 

최대한 활용하자는 주의로 받아들인다.



반면, 여기 이 책 "독서한담"에 나오는 애서가들 중에는

양질의 책, 희귀한 책 그 자체를 접하고 소장하는 것에 

기쁨과 만족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는데, 

다카시와는 다소 다른 느낌으로 책을 사랑한다.


물론, 대부분은 책을 구하기 어려웠던 과거 사람들이고, 

요즘같이 책과 글이 넘치는 세상에서는 

다카시와 같은 그런 스타일이 더 합리적일 것도 같다.




다만,

좋은 미술작품을 수집하여 두고두고 감상하듯,

좋은 책을 얻었을 때 이를 아껴 두고 열 번 스무 번씩 읽으며

책 속에 담긴 작가의 뜻을 평생토록 곱씹어보는 것이 

왠지 더 멋있어 보인다. ㅋ







하나 더,

작가가 소개한 지식인들 중 왠만큼 책을 소장했다 싶은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의 서재가 있고, 또 그 서재에 이름을 붙여서 가꾸고 있었다.


나도 언젠가는 내가 좋아하는 책들로 가득찬 서재를 만드는게 꿈인데,

서재 이름은 뭐가 좋을까 생각하니 

벌써부터 마음이 꿈틀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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